(청주=뉴스1) 박태성 기자 = 자신이 낳은 아이의 양육을 무책임하게 포기하는 영아유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갓 태어난 신생아를 두고 떠나거나 태어나자마자 숨진 아이를 유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5시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사찰 법당에서 생후 일주일 된 여자아기가 유기된 것을 사찰 관리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아기는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사찰 주변 CCTV분석를 분석하는 등 아기를 두고 달아난 20~30대 추정 남녀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추적 중인 이들을 붙잡아 아기를 유기한 정확한 이유를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월에는 청주 한 병원에서 출산한 미숙아를 두고 달아난 A씨(25·여)가 영아유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경찰에서 “치료비가 없었다. 돈을 벌어 아이를 다시 찾아오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조사결과 A씨는 이전에도 모두 2차례 출산한 아이를 버리고 도주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1심에서 징역 8월이 선고됐다.
같은 달 청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출산한 아이가 숨지자 일주일 동안 방치한 B양(여·18)이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이처럼 자신이 낳은 아이의 양육을 포기하고 무책임하게 유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에서 발생한 영아유기는 2012년 6건, 2013년 3건, 2014년 4건, 2015년 4건, 2016년 2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도내에서 발생한 영아유기 사건만 보면 피의자 연령대는 10대에서 20대 사이에 집중돼 있다.
김정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연령대에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자 이를 감당하지 못해 영아유기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부모 등 관계 단절, 공공기관 역할 부재 등으로 문제를 호소하고 도움 받을 창구가 부족하다”며 “여기에 올바르게 자리 잡지 못한 성(性)과 생명 존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만연해 영아유기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효준 새생명지원센터장은 “양육미혼모(부)는 정상적인 결혼을 통해 아이를 낳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받고 있고 결국 양육을 포기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무엇보다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며 “미혼모 가정을 하나의 평범한 가족 형태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혼모에 대한 지원 창구 확대와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충북지역만 보더라도 미혼모가 머물거나 도움 받을 시설은 물론 관련 내용 홍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지원체계 확충과 올바른 성 인식·생명존중에 대한 교육이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